어릴 적에 들은 이야기다. 한 시골 남자가 읍내에
이슥한 밤에 산을 넘어오는데, 도깨비가 뒤에서 옷자락을 붙잡더란다.
아무리 빌어도 놓아주지 않더란다. 결국, 그 남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.
마을 사람들이 다음 날 아침 산에서 그 남자를 발견해 데려왔다.
나중에 그 남자의 도깨비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했다.
그의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.
도깨비를 만났을 때 그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?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.
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으니 정신을 바짝 차릴 것!
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.
도깨비에게 불잡힌 게 아니라 나뭇가지에 옷자락이 걸렸다는 것을.
두 번째는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놓는 것이다!
‘그래, 죽기로 마음을 먹으면 산다고 했으니 다 내려놓자!’
그가 정말로 죽기로 마음을 먹으면, 마음이 맑아져 알게 될 것이다.
도깨비의 짓궂은 장난이 아니라 옷자락이 나뭇가지에 걸렸다는 것을.
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
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
-고정희, <상한 영혼을 위하여> 부분
아이들은 견디기 힘들면, 실컷 울고 잠을 잔다. 다음 날 아침 말갛게 깨어난다.
우리도 견디기 힘들 때마다, 아이처럼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으면 된다.
- 고석근 저, <바쁜 30대를 위한 인문학 쉼터> 중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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